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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기분이 상하차해지는 글.

2016년 1월 28일 오후4:45

상하차 알바 후기를 보며 '이걸 하느니 차라리 집에서 얌전히 쉬는게 돈 버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던 나지만, 취업은 안 되고 돈은 없고, 꿀알바는 지원해도 연락이 안 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상하차 알바 공고 보고 문자 보냄.

문자 보내자 마자 오라고 함(이 때 출근시간 한 시간 전.) 내심 연락 안 오기를 기대했었는데... 갈까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사나이는 역시 기합 아니겠나 싶어서 쿨하게 집을 나섬.

오후 5:50

사당역 10번 출구 도착. 인원체크 하고 간단한 일정을 들은 뒤, 전세 버스에 몸을 실음.

존나 긴장 됨.

오후 7:00

한 시간동안 버스 타고 이천에 있는 옐로우캡택배 물류센터 도착.

밍기적거리며 물류센터 건물로 향함.

같이 온 선배 일꾼한테 간단한 설명 듣고, 일 시작하기 전까지 쉼. 저녁을 사들고 온 사람들도 있고 식당에서 사먹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지갑 놓고와서 저녁 못 먹음 ㅡㅡ(병신)

작업 시작 전에 현장 찍어 봄.

사람들 둘러보니 조선족, 순수 중국인, 아프리카인, 인도인? 등 다국적 일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하거나 담배를 피우고 있음. 추노 생각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이천까지 와서 돌아갈 길도 막막하니 일단 침착하게 생각하자고 스스로를 독려함.

마음을 다잡으며 물류센터 구경도 하고 화장실도 갔다옴.

오후 8:00

물류센터 일꾼을 부리는 시스템은 대략 이러하다. 일단 물류창고는 [甲 택배]의 소유인 것 같다. [甲 택배]는 [乙 인력](대기업급)에게 관리를 맡김. 그럼 [乙 인력]은 어떻게 하느냐? [丙 인력](인력사무소급)에게 하청을 줌. [丙 인력]에서는 나같은 [丁]들을 모아서 20명 정도씩 팀을 꾸려 [乙 인력]들이 관리하는 전국의 물류창고로 일꾼들을 공급하는 것이다.

암튼 준비 시간이 끝나서 작업장으로 이동. 인원점검 함.

乙인력(맨파워코리아) 부장같은 느낌의 인자하게 생긴 아재가 "다치지 말고, 물건 던지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거 들으면서 인원점검 하고 각 파트별로 인원 분배 함.

오후 8:20

여기서 乙의 실무 당담자가 작업을 배정해주는데 내가 상하차 처음이라고 하니까 몹시 띠꺼운 표정으로 여기 힘들다고 알고왔냐고 안 도망갈 수 있냐고 하길래 나는 속으로 '이×낀 초면에 근왜시?'라는 생각을 하며 얌전히 할 수 있다고 대답함.

암튼... 직원이 못미더워 하는 표정으로 내 자리를 배정해줬다. 나는 상차팀으로 갔고, 아프리카 인들은 하나도 안 보이는 것이 전부 하차팀으로 간 듯 했다.

일 시작 전 마지막 짬에 남긴 사진.

상차 작업자는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1. 분류

하차팀이 물건들 레일에 올려놓으면, 분류 당담이 자기가 맡은 지역으로 가는 짐만 자기쪽 상차 레일로 분류하는 역할이다. 편하게 돈버는 꿀 중 개꿀 작업.

2. 바코드

분류 담당이 분류한 물건들에 붙어있는 운송장에 붙어있는 바코드를 스캐너로 찍어서 물건 수량을 파악하는 꿀 작업이다.

3. 상차

레일로 실려온 물건들을 탑차에 차곡차곡 싣는 일. 속칭 까대기. 처음 가는 놈들은 높은 확률로 여기에 배정된다.

내 라인은 분류 1, 바코드 1(중국인), 상차 1 = 나. 이렇게 구성되어있었는데, 혼자서 이긴 했지만 나름 직원이 처음이라고 짐 별로 없는 라인에 꽂아준 거 같았다. 옆라인에서는 중국인 둘이서 쉴새없이 짐 쌓고있더라.

오후 10:00

아직까지 '야 오늘 운동 제대로 하네'라고 생각했다.

참된 노동으로 신성한 돈을 벌어욧!

오후 ??:??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감. 물류센터가 존나 넓어서 물한 번 마시려면 5분 걸어가야되는데 도저히 그럴 수 있는 분위기 아님. 물병도 안 챙겨옴. 오줌도 마려움. 허리도 아픔.

다음날 오전 2:15

'시발 쉬는시간 언제 되는거야. 뒤지겠네'라는 생각을 하고있는 찰나 갑자기 레일이 멈춤. 뭐지하고 봤더니 밥먹고 하라고 함. 핸드폰 꺼내보니 2시 넘음. 최근 이렇게 여섯시간이 짧게 느껴진 적이 없었는데!

화잘실 갔다가 식당 들어가서 물을 연거푸 들이킴. 컵 더러웠는데 멀쩡한거 고르고 있을 만한 기분 아님. 걍 마심. 그리고 밥 퍼서 자리에 앉음. 맛없어보임. 먹어봄. 역시 별 맛 없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새벽 밥은 공짜로 맥여주는 것.(사실 乙이 밥값만큼 빼고 丙에게 지불하는 부분일 테니까 엄밀히 따지면 공짜도 아님.)

밥, 두부, 김, 무, 젓갈, 국. 이거 저녁에 돈내고 사먹으면 4,000 원.

자판기에 있는 음료들은 평범한 가격이였음. 편의점보다 싸고 동네 할인마트랑 비슷한 수준이였는데 돈없어서 못 마심.(븅신ㅠㅠ)

몸이 힘드니까 오히려 추노할 생각 싹 사라지고, 오로지 일 끝내고 돈 받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 꽉 참.

오전 3:00

밖에 추워서 식당 안에 앉아있었는데 직원이 식사 끝이라 해서 우루루 나감. 다시 일 시작.

밥먹고 다시 현장으로 가면서 찍음. 추레라 개극혐;;

전반전에 탑차 두개 채웠으니 이제 두 개만 더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투지를 불태움... 근데 어떤 개호로애미 뒤진 놈들이 절임배추 택배로 시키는거냐??????

오전 5:00

탑차 하나를 또 채움. 아직 하나 남았다!

힘 빠져서 바코드 맨이 상차 도와줌. 일하면서 숨쉴 때 마다 입김 나오는데 추운 줄 모름.

오전 6:30

마지막 탑차 반 쯤 채우니까 짐이 거의 안 오기 시작. 혼자 바코드랑 상차 다 함. 우리 바코드 맨은 옆라인 바코드 찍으며 자기나라 동포들 돕고있고 그쪽은 원래 바코드 맨까지 셋이서 상차 중. 저 멀리에서 빨리빨리 쌓으라는 乙의 고함소리 들려옴. 괜히 쫄음.

빨간 패딩 입으신분(분류담당) 넘나 개꿀인 것. 부러움에 일하는 내내 째려 본 것.

오전 7:00

정신 차려보니 일 끝남. 30분 빨리 끝난 것 같은 데 그냥 얌전히 보내 줌. 아싸 개꿀.

일 시작할 때 받았던 새 목장갑은 넝마가 되어있고, 내 허리도 아작이 남.

가장 많이 다친 곳은 정강이... 짐 옮기다가 레일에 까여서.

퇴근 = 주간 근무자들 출근?

다들 우루루 빠져나가길래 나도 본능적으로 따라서 나감. 날이 조금씩 밝아오는 것을 느끼며 내가 타고왔던 버스 찾아서 탑승. 최종 인원체크 하며 "오늘 저녁에 또 나올 수 있냐"는 인력소 아재의 물음에 단호히 거절.

일 할 때는 '죽여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끝나니까 삶에 대한 희망으로 가슴이 매우 부품! 그리고 역시 사람은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을 깨닳음. (이미 늦었지만)

오전 8:00

서울 도착. 지하철 타고 집근처 역에서 내려 좀비처럼 걸어 간 뒤 샤워하고 아침 먹고 모닝 꿀잠. 12시쯤 깨서 통장 확인해보니 칼같이 75,000원 꽂혀있음. 그날 치맥값 2만원 빼고 5만5천원 벌음.

뿌듯하긴 한데 야간에 힘쓴 것 치고는 시급이 적어서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은 없음. 끝.

다음 글: 택배 야간 상하차 후기(2)

뜻밖의 상하차 도장깨기 연재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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