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96: 4th Project

[사기사는 거꾸로 해도 사기사] 업적 달성 (화학분석기사 합격 후기)

JinH 2019. 5. 30. 12:39

필기 도전 1회차

입사 1년차 때 뭔가 매너리즘에 빠져서 접수 먼저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매일 집 회사 집 회사만 반복하고, 초과 근무 하고 집오면 씻고 겜 좀 하다가 자는 날의 연속. 주말에는 하루는 무조건 출근했고, 남은 하루는 치킨 시켜먹고 집구석에서 영화 드라마 예능 몰아보는 것밖에 안 해서 엄청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됐다. 회사가 타지이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외로움이랑 우울함도 만성이었고.

일단 시험 접수를 하고 나자, 뭔가 내 돈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어거지로 공부를 하게 되었다. 공부하다 지치면 겜 한 판 하기도 하고(접수 전보다 더 재밌음 ㅋㅋ) 그거도 아니면 바람쐬러 산책 나가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공부를 핑계로 혼자 카페에 가서 앉아있어 보기도 하고... 암튼 시간 없다는 핑계로 집구석에만 있다가 오히려 짬내서 밖에 나가고 사람도 구경하고 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물론 공부도 틈틈이 했다.

시험일 돼서 시험장 가니 오잉? 같은 시험장에 회사 직원 한 명도 분석기사 시험보러 와있음 ㅋㅋ. 반갑기도 하고... 그리고 나만 떨어지면 쪽팔리니깐 심기일전 하고 시험을 치렀다.

... 근데 떨어짐 ㅎ

여기가 시험장이었다. 이번 자격 따는데만 3번 갔다왔음. 넘모 익숙하자너 ㅋㅋㅋ

필기 도전 2회차

난 모든 시험을 두 번씩 봐야 합격할 수 있는 운명인가? 과거의 나의 내태함을 반성하며 두 번째 도전 시작. 역시 접수하기 전까지는 공부하지 않음... 상남자특) 선접수 후쇼부.

아마 이 때는 화공기사 필기 붙어놓고 실기 준비하던 때인가 그랬을 거임. 화공기사 실기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다고 판단, 놀면 뭐하냐는 생각으로 분석기사 필기 접수 지르고 공부 시작함. 이때부터 자격 취득이 슬슬 취미생활이 되어가는 중.

음... 그리고 회사 사람들이랑 친해져서 고독함은 꽤 없어졌는데, 회사 외에 동네 친구는 역시 없었다... 친구 없는 찐따 울어욧! ㅠㅠ.

암튼! 시험일에 시험장 입갤에서 열심히 문제 풀고 나옴. 결과는 합! 좋아 실기 가즈아!!!

실기 도전 1회차

위에 제목에 1회차라고 쓴 걸 보면 알겠지만 역시나 한 번 떨어짐... 난 대체 모가 문제인걸까... 결과적으로 땄으니 된 거지만 접수비 6만원돈이면 밖에서 밥 한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돈인데 ㅠㅠ

회사에서 일안하고 공부해서 필기 붙었다는 의견이 있어서 가능한 조용히 찌그러져 몰래 공부함 ㅎㅎ. 그래도 일도 열심히 했음! 진짜임!!

접수 후 한 달 안에 승부를 걸기위해 대학시절부터 애용했던 뷰티풀 마인드 공부법(러셀 크로에 빙의해서 창문에 싸인펜으로 끄적임, 흰색 물백묵 쓰면 간지 업)과 트루 디텍티브 공부법(벽을 포스트잇과 A4로 도배,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강력계 형사에 빙의)까지 동원했으나 결과는 처참히 실패.

필답은 암기를 모자라게 했었고, 작업형은 솔직히 자신 있었는데, 점수 짜게 받고 눈물의 퇴갤당함. 시험장에서 감독관이 본인이 점수 짜게 주기로 유명하다던데 자기는 매뉴얼대로 준 거라면서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입털때 조금 불길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낮은 작업형 점수에 멘붕. 이때는 화공기사 실기 작업 거의 만점받고 난 뒤여서 자신감도 붙었을 때인데 자신감이 다시 쭉 떨어짐.

이 때 웃겼던 일: 계산기... 또 놓고 가버림. 또 샀음. 본인쟝... 계산기... 이제 4개... 다행히 시험보기 전날 밤에 눈치 채서 그동네 대형마트에서 3만원 주고 하나 샀다. 예전엔 다이소에서 5000원에 공학용 계산기 팔아서 위기이 순간 돈을 절약할 수 있었는데... (그 때 산게 두 번째 계산기임)

 왼쪽: 이번에 새로 산 거 (3만원, 해상도 븅신...) / 오른쪽: 예전에 샀던 거 (간지. 해상도 개쩜. 근데 얘도 3만원... 가성비 미쳤다)

 

실기 도전 2회차

이번에도 상남자답게 접수먼저 하고나서 공부를 시작하는 4주의 전사 공부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번엔 작업형 시험장 일부러 전에 시험봤던 거기는 안 고르려고 했다. 만약 거기만 자리 남아있었다면 이번 회차 깔끔하게 포기했을지도 모름. 그리고 필답형도 기출 2006년부터 걍 다 외웠다. 이번에 분석기사 필답 암기를 위해 새롭게 만든 게 바로 #qualify 프로젝트다. 이젠 뷰티풀 마인드 + 트루 디텍티브 + 매트릭스(하루죙일 모니터 쳐다 봄) 공부법이다!

트루 디텍티브 + 매트릭스 공부법. 사진 밑에 전에 놓고 갔던 계산기 보이네,,, 쉿,펄,,, 내 3만원,,,~~!!!

기출 다 돌린 뒤에는 슬슬 수험서에서 예상문제랑 이론도 봐가면서 다지기 들어갔음. 참고로 필답형에서 내가 외웠던 예상문제는 한 문제도 안 나왔고, 기출에서는 절반 정도만 나왔음. 그래서 필답은 예상대로 30점 정도의 점수를 받았다.

작업형은 이번엔 광주에 있는 전남공고로 시험보러 갔다. 내가 사는 곳은 시골이라 본인 사는 지역은 시험장이 없어요... 왠지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루전에 광주가서 7만원짜리 방 질러버리고(앱 할인으로 4만원인가 5만원인가 냈을 거임), 밥도 혼밥이지만 좋아하는 걸루 먹고 시험보러 갔다.

스타일러 있어서 출장 온 비즈니스맨 느낌으루 쉬었음 ㅋㅋ 막 넥타이 푸는 시늉 해보고 ㅋㅋㅋㅋ
여기가 전남공고. 꽤나 넓었음.

시험장 들어가서 작업형 넌 뒤졌어 ㅎㅎ 이러고 시험 딱 시작했는데, 아니 근데 이게 왠걸. 미지 용액 7 ppm으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표준 용액 5 ppm 보다 색이 옅은 거임! 하 조졌다 생각하며 흡광도 측정했는데, 역시 5 ppm 보다 낮게 나왔음. 본인 원래 실험 빨리하는 편이라 거의 1등으로 흡광도 측정해서 다행히 다시 할 시간은 충분했으나, 여기서부터 멘탈 관리 안 되기 시작. 식은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칼각재고 8.5 ppm 만들어서 흡광도 측정. 흡광도는 원하는 값으로 나왔지만 이미 멘탈 개 털려서 마무리 계산하는데 간단한 식도 생각 안 나는 백지상태가 되어버림. 그래서 거의 시험시간 10분 남을 때까지 썼다 지웠다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볼펜으로 쓴 것도 아니다 싶어서 두 줄 긋고 다시쓰고 머저리짓 했음.

그렇지만 작업형 고인물(치고는 자주 불합격되지만) 답게 특유의 위기 대처 능력을 활용, 작업형 거의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휴 이번에도 필답형만 보고 붙을 것 같다고 동내방내 소문내고 다녔는데 붙어서 다행이야.

작업형 꿀팁 대 방출

본인 흡광도 측정 한 번 말아먹고 답안지에도 두 줄 찍찍 그었지만 고득점을 챙겼다. 그 비결을 공유한다. 엄청 사소한 것들이긴 하지만, 수험들은 보통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기분일 테니깐 ㅋㅋ

  1. 수험표에 쓰여있는 준비물에 실험복 빼고는 다 거기 준비되어 있을 거지만, 실험복, 보안경, 피펫 필러, 30 cm 자 등 써져있는 것은 일단 다 가져갔다.
  2. 그외에도 스포이드랑, 포스트잇, 개인 장갑, 마스크 등등 가져갔다. 귀찮지만 쓰기 전에 써도 되냐고 물어보고 썼다.
  3. 남이 저울 근처에 흘린 시료까지 과하게 닦는 퍼포먼스로 쇼맨십을 보여줬다. 근처에 감독관이 보고있다면 흘린게 없어도 닦았다.
  4. 약수저도 쓰기 전은 몰라도 쓰고난 뒤엔 잘 닦아서 넣어 놓았다.
  5. 시료는 약병에 다시 덜어 넣음 안 되는 거는 기본이고, 아마 시험문제에도 하지 말라고 써있을 거다.
  6. 저울에 뭐 넣어놓은 채로 자기자리 갖다 오지 말고, 저울 측정하다 확인할 게 있으면 가져온 거 전부 들고 다시 자리로 갖다 오길.
  7. 폐액 버릴때도 허리 굽히지 말고, 무릎굽혀서 앉는 퍼포먼스를 했다. 플라스크에 물 붓고 매니스커스 높이 볼 때도 퍼포먼스 알지?
  8. 미지시료에 질산 염산 안 넣는 친구들도 있던데, "그거 안 넣어도 돼요 개꿀~" 이라고 말한 사람 중 떨어진 사람 단톡방에서 봤음.
  9. 그리고 그래프에 화살표를 표시하거나 틀린 부분을 두 줄로 그어서 정정 등 문제지 지문을 잘 읽고 지시에 따랐다. 다 알고있다고 대충읽고 하다가 나중에 시간 배분 실패해서 허둥지둥 하다가 실험을 망칠 수가 있으니, 시험지는 꼭 차분히 읽어보길 추천한다. 가끔 새부사항이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볼펜 색에 대한 내용이나, 그래프 수식에 관한 내용이라던지.)

이렇게까지 했는데 점수가 낮다? 그것은 당신이 잘못이 아니다. 그냥 그 날 유난히도 운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의 노력과 성취를 폄하하고 흠집 내고 싶은 무리들이 있을 수 있으니, 자격 취득 후에 남들한테 자랑 할 때는 충분히 생각하고 말하시길 바란다. (반응의 예) "별것도 아닌 데 되게 잘난 척 하네.", "그렇게 일 안하고 책만 보더니 결국 합격했네." 등)

//버킷리스트/#화학분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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