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96: 4th Project

자전거 국토종주기

JinH 2015. 3. 23. 17:08

자전거 여행 목록

[프롤로그] / [흑역사]

[영산강 1/2]


이하 본문

0일차,

자전거 구입 후 종주 출발 전까지 들어간 금액.

자전거 교통 (₩127,000)    
핸드폰 거치대 (거의 장식용) 도구 (₩5,450)    
자전거 거울 (뒤에 잘 안 보임) 도구 (₩6,840)    
수리도구 도구 (₩15,800)  
짐가방 도구 (₩28,300)
헬멧 도구 (₩22,800)
짐받이 도구 (₩20,400)
침낭 (덮어도 추움) 도구 (₩26,120)
예비 튜브 (안 씀) 도구 (₩4,150)
예비 예비 튜브 (꺼내지도 않음) 도구 (₩3,650)
라이트 도구 (₩9,900)
물통걸이 (개후짐) 도구 (₩5,000)
물통걸이 (새로 삼) 도구 (₩8,500)
아웃도어 물통 (걸이에 안 껴짐) 도구 (₩3,200) 누적 (₩287,110)



1일차 (2월 27일 금요일),

목표는 전주에서 군산까지 도착하는 것. 그 뒤 군산에서 금강으로 따라 올라간다는 계획이였다. 당일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도시를 벗어나자 자전거길이 바로 끊겼고, 차도로 이동하는 구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운전자들에게 개민폐짓을 하면서 갔다.

저녁이 되서 군산 도착. 일몰 시간은 6시 30분 쯤이여서 이미 어두워짐. 편의점에서 저녁 때우고 어디서 잠을 잘까 고민햇다. 찜질방에서 자기로 마음을 굳히고 지도앱으로 찜질방 검색. 그러나 빌어먹을 군산에는 24시간 찜질방이 없는 듯 하였다. 지도 보고 찾아가보면 명칭도 사우나였고 10시면 영업 끝. 

그렇게 군산 시내를 빙빙 돌다 시간은 12시에 근접해가고 이제는 숙박업소에 찾아가서 자기도 시간대비 돈이 아까운 시간. 걍 아무 건물이나 들어가서 복도 계단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하면서 밤 지새움. 1일차 끝.

타이레놀 음식 (₩2,000)
뿌리는 파스 도구 (₩3,200)
윤활방청제 도구 (₩2,000)
음료+초코바 음식 (₩3,600) 하루 (₩14,650)
컵라면 등 (저녁) 음식 (₩3,850) 누적 (₩301,760)



2일차,

졸다 깨다 하다가 정신차리니 어느새 해가 떠있었다. 근처 시립도서관에서 폰 충전을 하고나니 벌써 10시.

아침을 먹으러 롯데리아 입갤해서 일단 햄버거를 주문했다. 심사숙고 끝에 단품만 주문하고 음료는 어제 사뒀던 걸 마시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때는 아직 돈을 무조건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였다.

아침 먹고 자전거길 시작지점인 금강하구둑까지 가는데만 한참이 걸렸다. 가는 도중 자전거 짐받이의 지지대 4개 중 하나가 덜렁거려서 확인하니, 나사는 이미 빠져서 온데간데 없음.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고민끝에 지지대 하나를 아예 떼어내고 3개 만으로 갈데까지 가기로 결정. 가다가 뒷바퀴 볼트토 풀려서 브레이크 존나 닿고있었음. 이거 싸구려 자전거라 존니 개판이구만... 바퀴 조절 후 다시 출발.

금강하구둑 인증센터에서 막 금강 종주를 시작하는 젊은 아재 사진도 찍어주며 한껏 들뜸.

연속 이틀로 자전거 타기는 처음이라 다리아프고 엉덩이도 아프고 피곤하기 그지없었지만, 오기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중간 쉼터에서 다른 아재와 잠시 이야기 나눴는데 그 아저씨 자기 빨리 밟으면 40키로 나온다고 자랑... 그말대로 아재는 엄청난 속도로 떠나갔고 다시는 마주치지 못함 ㅋㅋ

가다가 언덕 넘어가는 오르막길에서 체력 방전. 장거리에서는 피로, 갈증, 허기 셋 중 하나만 모자라도 떡실신 하는데, 그날은 아무것도 충족 못 한 채 삼중고에 시달렸다. 결국 30 km 조금 더가서 탈ㅡ진. 6시쯤 되서 근처 민박으로 입갤. 빠른 하루 마무리 하며 자전거의 무서운에 눈을 뜬다.

햄버거 (아침) 음식 (₩2,000)
민박 숙박 (₩20,000) 하루 (₩29,000)
백반 (저녁) 음식 (₩7,000) 누적 (₩330,760)



3일차,

민박에서 식사비용 따로 계산해서 아침 안 먹고 튀려고 했는데, 집주인할매한테 들켜서 아침 먹음. 그리고 에너지 풀 상태에서 열심히 밟음.

강변 자전거길을 따라가다 보면 가끔 강가에 굿판을 벌이고 안 치우고 사라진 흔적이 있는데, 거기서 과자랑 사탕 몇개 주워먹음. 님들 앞으론 홍삼맛 말고 과일맛 사탕으로 부탁드립니다!

나간지 1시간 만에 이슬비 내리기 시작. 그칠 때까지 지붕있는 쉼터에서 휴식. 이후 바람도 엄청 심해서 과자 먹다가 봉지 날아가버림. 단 3초만에 봉지는 갈대밭 속으로 사라져 영원히 찾을 수 없음.

한참을 달리다가 깨닳은 건데, 어제 민박집에 폰 충전기 놓고 옴. 그게 왜 이렇게 돈이 아까운지...

암튼 부여, 공주를 지나고 계속 달려서 저녁 때 세종시 입갤성공! 이마트있어서 들어감. 쇼핑(충전기도 구입), 식사, 화장실(이날부터 여행 끝날때까지 배탈에 시달림) 이용가능한 대형 마트 개꿀. 만약 24시간 대형마트에서 캡슐호텔 사업이라도 진출하는 날엔 사실상 주변 숙박 시장 초토화.

식사 후 나와서 살펴보니 지도 앱이랑 맞는 게 별로 없는 동네였다. 막 다리도 지도보다 이미 여러개 더 지어져있는 상황이였고, 지도상의 인증센터 위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밤이라 어두워서 안 보인 건가 하고 한 시간 정도 뺑뺑이 돌다가 포기. 다음날 살펴보니 세종시에는 인증 도장 찍는 빨간상자가 없었고, 유인인증센터(아마 세종보 문화관인듯?) 구석에 스탬프가 구비되어있었다.

숙박업소 찾다가 못 찾음. 원래 길치인데 밤이면 아무데도 못 찾아갈 정도니... 이날 처음으로 야영? 노숙함. 강변 공원 자전거길 옆 지붕있는 쉼터였다. 침낭깔고 들어가서 뒤척이다 눈떠보니 다음날 아침.

백반 (아침) 음식 (₩7,000)
돈까스 등 (저녁) 음식 (₩10,000)
핸드폰 충전기 (민박집에 놓고 옴) 도구 (₩10,900)
초코바, 비스킷, 사탕 등 음식 (₩13,740) 하루 (₩44,840)
과자 + 핫팩 음식 (₩3,200) 누적 (₩375,600)



4일차,

예상대로 아침까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음. 그런 날씨에 한 밤중에 돌아다니는, 심지어 자리깔고 누워있는 미친놈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지...

눈떠서 침낭이랑 자전거 보니 서리 껴있음. 낼모레면 봄인데 아직도 서리가... 얼어죽지 않은 나에게 스스로 감탄하며 세종보문화관 입갤 (나중에 확인한 건데, 봄인 3월 중순까지도 밖에서 자면 서리가 끼더라. 호기심 해결!)

문화관에 도장찍는 장소 있는 거 알고 잠시 부들부들. 대청댐 오르막길 올라가며 다시한번 부들부들. 

금강종주 완료! 대청댐에서 바로 청주쪽으로 이동. 청주에 살고있는 친구집에서 민폐숙박 시도!

컵라면 (점심) 음식 (₩1,200)
진통제, 파스 도구 (₩5,000) 하루 (₩12,730)
과일 + 과자 음식 (₩6,530) 누적 (₩388,330)



5일차,

친구집에서 개꿀 휴식후 날씨예보 보니 이날 비온다고 해서 하루 더 신세지기로 했다. 미안해서 점심 사줌.

그리고 사용가능 데이터의 대부분을 지도앱 보는데 써버렸다는 것을 알게 됨. 이날은 3월 3일로 데이터 용량이 초기화된지 단 3일만의 일이였다. 깜짝 놀라 이후로 지도앱은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만 확인하고, 그 외에서는 자전거길 표지판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갔다. ← 지도 앱을 못봐서 경로 단축도 못하고 다른 빅엿도 많이 먹음.

짜장 + 탕수육 음식 (₩15,000) 누적 (₩403,330)



6일차,

청주에서 무심천을 타고 오천을 따라 올라갔다.

이날부터 꽃샘추위가 시작되었는데,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고생했다. 다행히 맞바람은 아니였으나, 옆으로 부는 바람에 자전거를 거의 기울인 채로 타야했다. 중간에 커다란 새가 바람 때문에 앞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는 걸 봤을 때가 가장 놀란 순간이였다!

마지막 인증센터인 행촌교차로는 국토종주 중에 지나가면서 찍기로 하고, 그 앞인 괴강교 까지만 갔다가 괴산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동서울로 이동했다.

동서울행 시외버스 교통 (₩10,800)
컵라면 등 (저녁) 저녁 (₩4,200) 하루 (₩26,000)
찜질방 숙박 (₩11,000) 누적 (₩429,330)



7일차,

동서울 터미널 옆에있는 찜질방에서 하루 묵고, 일어나서 강변역에서 전철타고 인천까지 이동. 평일이라 자전거 못가지고 타는 데 내껀 접이식이라서 가능욬ㅋㅋ

공항철도 환승 후 청라국제도시에서 내리면 국토종주의 시작점인 아라서해갑문이 바로 코앞이다.

국토종주 시작!

여의도 인증센터에서 누가 인주를 털어가서 도장을 못 찍는 사태 발생. 당황하지 않고 인증샷을 찍어뒀다.

그리고 그동안 자전거를 타느라 가장 고통받았던 게 바로 엉덩이 통증이였는데, 안장 기울기를 앞쪽으로 조금 기울였더니 거짓말 처럼 통증 없어짐... 난... 그동안 뭘 탔던거지... 이날 이후로 자전거를 하루 종일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은 엉덩이 통증 때문에 얼마 못 탐)

밤되서 쉬려고 일단 자전거길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어서 삼심분 왔다리 갔다리 헛짓하다(데이터 없어서 지도 못봄 ㅠㅠ) 결국 한참 돌아서 벗어나는데 성공. 숙박업소를 찾아갔는데 웃기게도 어제 묵었던 찜질방이였다. 인천에서 반나절 달려서 도착한게 동서울 터미널 ㅋㅋ

컵라면 등 (아침) 음식 (₩3,350)
파스 도구 (₩7,000)
컵라면 등 (저녁) 음식 (₩2,550)
핫팩 3개 도구 (₩3,700)
지하철 교통 (₩1,750) 하루 (₩29,350)
찜질방 숙박 (₩11,000) 누적 (₩458,680)



8일차,

계속해서 한강을 따라 내려가며 새삼 서울의 거대함을 느꼈다.

도중에 남한강과 북한강의 경계인 밝은광장 인증센터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만난 아재가 나중에 북한강 타러 여길 또 올거냐고, 기왕하는 거 하루 더 써서 북한강 하고 가라고 한마디 툭 던졌다. 귀가 얇은 나는 고심끝에 북한강을 타고 올라갔다.

가다가 해가 지길래(일몰시간 6시30분) 걍 백양리역에서 경춘선 타고 춘천까지 갔다. 도장은 춘천에 있는 신매대교 인증센터 외에 다 찍으면서 갔기 때문에 상관없음. 라이딩도 이날 이미 많이 해서 양심의 가책도 없ㅋ음ㅋ. 춘천역에서 내려 신매대교 코앞까지 가서 숙박할 곳을 찾았다. 인증센터는 날 밝고 찾아보기로 했다.

바람은 줄었지만 새벽에는 온도가 영하로 내려간다. 고로 이날 역시 노숙 불가. 유스호스텔이 있길래 들어가봤는데 개인 숙박 안 된다 해서 그냥 옆에 모텔 들어갔다. 4만원이 날아갔다.

자전거 여행 전에 나는 자전거를 싸게 사서 돌아다니면 돈을 아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었다. 좋은 자전거를 사서 빠르게 달려서 하루라도 일찍 여행을 마치는 게 금전적으로 훨씬 이득인게 사실인 것이다. 내 자전거 13만원... 아껴써도 3일 숙식비밖에 못 된다. 멍청한 나에게 벌을 주듯 저녁식사는 생략했다.

햄버거 세트 (아침) 음식 (₩3,500)
분식 (점심) 음식 (₩4,500)
전철 교통 (₩1,350) 하루 (₩49,350)
숙식 숙식 (₩40,000) 누적 (₩508,030)



9일차,

아침에 신매대교 인증센터를 찾아갔는데 지도와 위치가 달랐다. 밤에 찾으려 했으면 x될뻔;; 도장찍고 춘천역으로 직행, 이후 천철타고 양평으로 가서 남한강 종주를 시작했다.

역시 전날 저녁부터 굶어서인지 힘이 안 나더라. 이후에는 그냥 밥은 든든히 먹고 다녔다. 잘먹고 잘자서 빨리 달리는개 핵이득이라는 결론.

중간에 캠핑장에 캠핑온 가족들의 즐거운 한 때를 보며 아 나도 캠핑이나 할 걸 아니 집에나 있을 걸 하고 후회를 하게 된다.

이날 여주 지나서 충주 비내섬 인증센터 부근까지 간 뒤, 자전거 쉼터에서 잠들었다.


하루 (₩3,050)
전철 교통 (₩3,050) 누적 (₩511,080)



10일차,

충주로 가는 길. 마른하늘인데도 길바닥에 두줄기 물자국이 나있는 것을 보니 근처 군부대에서 구제역 방역 대민지원이라도 나온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군부대 끼고 도는 자전거길 나옴. 뺑이들 치셈 나는 예비역이지롱.

충주 입갤 후 무한리필 돈까스로 에너지 충전 후 충주댐으로 향했다. 충주댐 오르막길에서 진심으로 개빡쳤지만 인증센터에서 남한강 종주 스티커를 받겠다는 일념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보니 충주댐 인증센터는 폐지되었더라... 이전 제기랄 인증센터가 폐지됬으면 오르막길 아래에 써 놓으라고 빌어먹을!

분노의 화장실 이용(배탈이 계속 따라다님) 후 신나게 내리막길 내려옴. 자전거길 근처의 대형마트에서 보급품 구입 & 휴식. 나와보니 해 져있음;; 당황;; 마트에서도 화장실 계속 들낙날락해서 시간 가는 줄 모름...

수안보가서 자야지 했는데 길이 비포장이라 급 피로. 가다가 걍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잠.

무한리필 돈까스 음식 (₩15,000)
비상식량 등 음식 (₩15,530) 하루 (₩42,530)
핫팩 도구 (₩12,000) 누적 (₩553,610)



11일차. 월요일,

수안보 지나고 이화령 고갯길 도착.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패딩입어도 땀이 안 남 개꿀! 나는 이동내가 원래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나 했었는데, 알고보니 다시 꽃샘추위 타이밍이라 바람 심해진 것.

이화령 정상 찍고(뭔 생각으로 거기에 자전거길 인증센터를 박아뒀는지?) 내리막 내려오는데 개상쾌. 앞에 브레이크 밟으며 내려가는 자동차랑 속도 비슷.

문경 불정역 인증센터에서 민박 명함있는데 무료 픽업해준다고 함. 전화함. 무료 안 해준다함. 상주 상풍교에 오면 무료 해준다함. 감. 전화함. 무료 안해준다고 말 바꿈. 상주교까지 오면 무료라 함.

이미 6시라 일몰시간이 다 되었고 바람이 엄청 강해서 자전거 타기가 불가능하기에 픽업비를 내고 민박집을 이용하기로 했다. 만약 거기 명함이 없었으면 자전거 타고 가다가 길 근처의 민박집에 묵었을 텐데... 민박 없는 곳까지 유인 후 픽업이라니, 장사 수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숙식 숙박 (₩40,000) 하루 (₩100,000)
안동 스탬프 교통 (₩60,000) 누적 (₩653,610)



12일차,

참고로 안동은 차로 갔다왔다. 왕복 6만원이 들어갔다.

암튼, 이날도 바람이 엄청 강한 날이였다. 그러나 사나이는 기합! 기합으로 이겨낸다악! 민박집 아주머니가 오늘 나가면 죽는다고 하루 더 쉬라고 (엄청난 장사 수완) 했으나, 오기로 출발했다.

낙단보에 가니 아재 둘이 그 추운날 쫄쫄이만 입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게 아닌가! 잠시 대화를 나누고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 후 다시 라이딩한 뒤 30초 만에 아재들은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리고 구미에서는 길따라 가다보니 갑자기 길이 끊김. 진짜 중요한 순간에 쓰려고 아껴둔 데이터를 이용해 지도를 보고 탈출 성공ㅋㅋ

저녁 때 대구 입개르. 밤이였지만, 숙소는 없고 바람은 세고, 결론적으로 멈출수가 없는 상태였다. 꾸역꾸역 계속 달리다가 자전거 쉼터 발견 후 거기서 쉬고가기로 결정. 엄청난 바람 세기 때문에 자전거 덮개가 날아갈 지경이였으나, 그 바람에 덮개를 다시 접어 넣기란 불가능. 결국 노끈으로 칭칭 감아서 반 미라 상태로 묶어놓음. 날은 추웠지만 침낭 안에서 바람막 막으면 별 것 아니란 마인드로 잠을 청함.


하루 (₩1,000)
빵 (저녁) 음식 (₩1,000) 누적 (₩654,610)



13일차,

새벽에 바람 없길래 얼렁 일어나서 자리 정리하고 짐싸서 바람 불기 전에 출발. 열심히 밟아서 달성보 도착.

달성보에 딸려있는 편의점 안 열어서 열받아하고 있는데, 웬 아재가 친근하게 말을 건내는 것이 아닌가? 누구지 싶었는데 천천히 얘기 들어보니 그분은 어제 낙단보에서 만난 2인조 라이더 중 한 명이였다. 어제 순식간에 기억에서 잊혀져서 까먹었음 ㅋㅋ

아재는 자전거가 고장났다며 공구를 구하고있었고, 내 공구 빌려드림. 근데 전혀 쓸모없는 공구들만 가지고 있어서 수리는 못 함... 

그 와중에 이런저런 애기를 나눠보니 그분은 자전거길 시찰나온 공무원이였음. 하긴 그 추운 날 자의로 국토종주 하고있는 미친놈은 아마 나 이외에는 없겠지? 암튼 2인조 중 한 분은 담당구간 끝나서 복귀했고, 지금은 혼자 부산까지 가는 중이라고... 같이 다니자고 제안하셨는데, 내 하타취 체력으로는 못 따라간다고 거절했다.

그리하여 아재는 수리 픽업을 기다리기로 하고 나는 그대로 출발했다.

달성보 뒤에 다람재라고 악명높은 코스가 나오는데 나는 우회해서 자전거길을 벗어나기로 결정. 근데 웃기게도 얼마전에 그 도로 폐쇄... 현재는 도로 전부 철거하고 맨땅에 대형트럭만 왔다리갔다리. 존나 쫄아서 구석으로 끌바해서 통과... 

이후 맞바람 시작. 오르막보다 더 빡치는 맞바람! 오르막은 끝나면 내리막이라도 있는데 맞바람은 그냥 지옥문 열리는 거. 계속 계속 달렸는데 눈곱만큼 앞으로 나감. 심지어 패달 안 밟으면 자전거가 뒤로 밀림. 강물 보면 파도치는게 바닷가인줄!

중간에 공무원 아재한테 연락왔는데(다시만난 인연으로 번호교환) 아재는 진작 다음 인증센터 지났다고... 아무리 픽업으로 점프했다지만 정말 빠르다. 아니 난 정말 느리다.

해 떨어질 즈음 창녕함안보(이 부근 인증센터 이름들은 헷갈린다)에 도착했으나 벌서 문 닫음. 정확히는 닫으려고 함. 다행이 사정해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넵 여전히 배탈입니다.

그 뒤 폭풍이 부는 바깥으로 다시 발을 내딛고 자전거에 올라타 라이딩을 계속했다. 퇴근해서 쉬고있을 공무원 아재를 따라잡는 것을 나만의 목표로 삼음.

볶음 짬뽕 (점심) 음식 (₩7,000) 하루 (₩11,000)
에너지드링크 + 빵 (저녁) 음식 (₩4,000) 누적 (₩665,610)



14일차,

어제 밤 10시 쯤에 라이딩 중이였는데, 자전거길 옆에 비닐 움막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은 공사장 차량 출입 통제하는 분들이 바람 피하려고 만들어둔 한평짜리 구조물이었다. 바람 멈출 때까지만 쉬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 바람은 그칠 기미가 안 보이고... 피곤은 쏟아지고 잠깐만 쉴까 하고 침낭을 꺼내 쉰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왠 아재가 난 흔들어 깨우고 있더라!

헉 그것은 새벽에 아재가 공사장 출근해서 보니 왠 미친놈(나)이 자고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깨운 것이였다.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를 하는 나에게, 아재는 괜찮다며 따뜻한 물 한 컵을 건네주었다. 그리하여 나는 물마시고 불쬐면서 몸을 녹이다가 해가 뜨면서 날이 밝아오자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해가뜨자마자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공무원 아재만큼은 가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열심히 패달을 밟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대충 가다보니 점심 시간즈음에 부산입갤해버림;; 한번 더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음.

붓싼에서의 경험을 잠깐 말하자면, 내 자전거가 옆으로 조금 붙자 옆 라이더 아재가 바로 욕을 막 뱉에 뿔더라 마! 내 쫄았다 아이가! 왠지 바람도 많이 불어 더 위축되었고, 옆에 도로의 자동차들 엔진 소리도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뿟싼... 거친 느낌...

낙동강 하구둑까지 간 뒤 스탬프 찍고 유인인증센터에서 스탬프 받음. 그리고 종주 축하의 과자 봉지를 뜯으며, 이대로 집에갈까 아니면 섬진강까지 타고 갈까 고민. 일기예보 보니 내일 전국적으로 비 예보. 결국 그냥 집에 가기로 함.

잘 곳 정한 뒤 자전거 대충 널브러뜨려놓은 다음에 지하철 타고 이동. 하루 뒤 다시 지하철타고 자전거 줏으러 갔다. 아무도 훔쳐가지 않고 잘 방치되어 있었다. 그 뒤 자전거 타고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간 뒤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여행 끝.

과자 (점심) 음식 (₩1,500) 하루 (₩2,900)
지하철 교통 (₩1,400) 누적 (₩668,510)



영상. 자막있음.



후기.

나는 총 2주 동안, 하루에 치킨 두 마리를 뜯어며 뒹굴수 있는 돈을 매일 낭비한 것이다... 0일차의 준비 비용을 합하면 그 비용은 더 불어난다. 아앜! 돈아까워!

그래도 어쨌든 최초 목표였던 [메달 갖기] 버킷리스트 완료. 덤으로 [자전거 국토종주], [자전거 여행 거리 1,000 km], [자전거 타고 산 넘기], [영하 기온에서 노숙] 등등 쩌리 업적도 달성. 뿌듯^^

끝.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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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때문에 자전이죠? 내가 패달질을 계속 해야하는데?
자전거 여행하기.201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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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걷는 것 보단 낫잖아!
자전거로 국토종주.2015.03.12.

요약: 메달 받으려고 자전거 구입. 존나 달림. 목표 달성. 자전거 창고에 쳐박음.

아무튼, 야무지게 1,000 km 이상을 내달리면서 성공적으로 완주. 동영상으로도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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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영하의 날씨에 길바닥에서 야외취침.2015.

자전거 여행에 침낭을 괜히 싸메고 간 게 아니라구.